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빨간 단풍잎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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류근홍
기사입력 2020-02-12

 빨간 단풍잎 

 

소슬한 바람이 앞장을 서고 밤새도록
나뭇잎과 풀 섶을 흠뻑 적셨다

 

당신과 함께했던 오솔길을 걸으며
가슴속에 묻어버린 지난날


빨간 단풍잎에 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 

정수리를 뎁히는 가을햇살


울긋불긋 물들은 화려했던 기억을
땀으로 쏟아내고 있다

 

길가에는 코스모스가 나를 알아보는 듯
살랑거리며 반기고


하늘은 푸른 물감이 뚝뚝 떨어질 듯 맑다
 
햇빛 고운 바람소리에 귀를 열던
지난해 아침


코스모스 연분홍 꽃잎을 꽂아주며
사랑을 고백했다


우리의 사랑이 죽을 때까지 함께 할 수 있게 해 달라고

 

그런 줄만 알았던 어느 날

돌이킬 수 없는 힘든 투병으로


우리의 꿈을 꺾어간 노란단풍으로
물들어 온몸을 짓누르고 있다
 
찬바람이 불자 상처투성이로 바닥을
뒹구는 낙엽처럼 천길 벼랑 끝에 있는 나는


흐느끼는 마지막 남은 나뭇잎을 
움켜쥐고 서있다

 

▲ 류근홍 시인   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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